2025년 3월,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뒤 한 달 가까이 연구실 생활을 하고 있다. 간단히 느낀 점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현재 민병욱 교수님의 연구실(Microwave Integrated Circuits and Systems Lab)에 소속되어 있으며, 2023년 여름부터 2024년 봄까지 약 1년간 학부 인턴으로 연구실에서 생활했다. 이후 2024년 가을에는 미국 대학에서 약 5개월간 방문학생으로 수업 듣고, 연구 인턴을 병행했고, 올해 2월 중순부터 다시 한국 연구실에 복귀한 상태다.
1. 아직은 새롭지 않다
연구실에서 학부 인턴으로 있을 때와 대학원생으로서 생활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그다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1년 가까이 연구실에 있었고, 학부 인턴 기간 동안에도 주당 60~70시간 가까이 체류했던 이례적인 경우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동안 선배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어느 정도의 고생하는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연구실에서는 학부 인턴들이 대학원생과 같은 리듬으로 생활하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2~3일만 나오거나 평일 낮 시간에만 있는 등 온종일 연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경우에는 대학원 생활이 확연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는 아직 연구실 운영을 위한 행정 업무나 과제 제안서 작성 같은 고강도 업무를 맡고 있지 않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2. 코스웍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 고급 마이크로파 실험(민병욱):
Circuit simulation / Full EM simulation / Etching & Fabrication / Measurement / Presentation - 고급 마이크로파 공학(육종관) : 내용은 고급전자기학
- 마이크로파 능동회로(이용식) : Microwave Engineering 후반부 chapter (Amplifier, Oscillator 등)
학부 시절, 대학원 코스웍은 상대적으로 쉽고 부담이 덜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과목 수준이나 요구량 자체가 학부 때보다 높다. 과제 범위도 넓고, 큰 주제나 스펙만 정해져 있고 디테일을 개인이 결정해야 하는 식의 과제가 많다. 예를 들어, 논문 주제를 주고 스터디 후 발표하거나, 단순히 device의 스펙만 주어진 상태에서 직접 시뮬레이션 툴로 디자인하고 제작 및 측정을 스스로 해야 하는 식이다. 이런 과제를 제대로 하려면 학부 수업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물론 학점은 학부 때보다 잘 주는 편이고, 대학원 성적 자체가 취업이나 경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기 때문에 심적 부담은 덜하다. 요컨대 코스웍이 부담이 크지는 않고 많이 배우지만,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나 노력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3. 시간 압박을 느끼지만 재밌다.
3월부터 선배의 IC를 위한 phased array 시스템용 PCB를 제작 중이다. RF PCB이기 때문에 단순한 선 라우팅 수준이 아니라 전송선과 안테나를 꼼꼼하게 설계해야 하고, 기술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다.
가장 큰 압박은 시간이다. 이 IC는 저명한 학회에 accept된 상태이며(이때 사용된 건 측정용 PCB였다), 이를 fast-track expansion 형태로 저널에 제출할 예정이라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바쁘게 연구하고 있다.
또한, 연구실에서 한 번도 직접 구현해본 적 없는 proximity feeding stacked patch antenna를 설계해야 해서 고심 중이다. 각각의 기술 요소(proximity feeding, stacked patch antenna)는 연구실에서 다뤄본 적이 있지만, 현재 목표 주파수에서 만든 사례는 없어 내가 각 요소를 처음부터 설계하고 통합해야 한다. 쉽게 말해, phased array 시스템에서 IC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내가 맡아 디자인해야 하는 셈이다.
내가 담당하는 부분이 연구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지만, 앞으로 내 연구의 기초를 착실히 다질 수 있고, IC 전공 선배와 안테나 전공 선배 모두에게 동시에 가이드를 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새로운 걸을 알아가는 것도 즐겁고, 선배가 1주 예상한 것을 1-2일만에 갖고 가 놀라게 하는 것도 즐겁다.
4. 동기가 무려 7명
올해 교수님께서 이례적으로 대학원생을 7명이나 선발하셨다. 4명은 석박 통합, 3명은 석사 과정이다. (보통 대형 연구실들은 연 2~5명 선발하며, 나는 총 인원이 15명을 넘으면 대형 연구실이라 생각한다.)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우리 연구실은 전기전자 전공 내에서 인원 기준으로 5위 안에 든다고 한다.) 모두 열심히 하는 분위기이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대개 자발적으로 주말에도 하루이틀 나온다. 사소한 행정 업무도 잘 분배되고, 새로운 장비나 툴을 사용할 때 물어볼 사람이 많아 큰 장점이다. 힘든 일도 재미있는 일도 나누니까 좋다.
5. 나의 생활 루틴
나는 매일 아침 6시 30분에 등교하고, 일주일에 3-4일은 저녁 8시에, 3-4일 5-6시 사이에 퇴근한다. 주말에도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필요하면 점심 이후 일찍 귀가한다. 내 루틴이 다소 특이하긴 하다. 다른 학생들은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2-4일은 밤 10시까지, 나머지는 저녁 식사 전후로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주말에도 하루 이상 온다.
수업 수강 시간은 주당 10시간 미만, 코스웍 과제나 프로젝트에 5-15시간, 시뮬레이션이나 논문 읽기, 선배와의 대화 등 실제 연구라고 할 수 있는 활동에 주당 20-40시간을 할애한다.
일과는 대략 다음과 같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업무는 행정 업무나, 단순 반복 시뮬레이션, 다른 학생과의 논의 등이다.
- 6:30~10:00: 높은 집중력을 요하는 개인 연구
- 10:00~12:00: 수업이나 코스웍, 가벼운 업무 (연구실 동료들이 오며 집중력 낮아짐)
- 13:00~15:00: 수업이나 코스웍, 가벼운 업무 (점심 이후 집중력 낮아짐)
- 15:00~18:00: 다시 집중해서 개인 연구
- 저녁(주2-4일): 가벼운 업무
3-4일 저녁은 집에 가서 쉬거나 운동하고, 개인 시간을 갖는다. 보통 아침 5시에 일어나고, 저녁 9-10시 사이에 취침한다.
마무리
요약하자면, 대학원 생활은 아직까지 "매우 재미있다." 코스웍도, 선배 연구를 위한 PCB 설계도 무척 흥미롭다. 아직 본격적인 어려움—행정 잡무, 논문 리비전, 리젝, 장기간의 연구 실패 등—은 겪지 않았고, 대학원 여정의 허니문이라 그러한 것일 수 있다. 혹은 정말 내 체질에 맞는 길을 찾은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매일 아침 등교하는 길이 즐겁다. 이 글을 훗날 다시 보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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