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목만 이렇게 했지 이번에도 공학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 애인)를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소개를 받든 모임을 나가든 사람을 만나야 할 것이다. 당연히 처음 만난 사람에게 바로 고백을 할 수는 없으므로, 일단 수많은 사람과 가볍게 대화를 해보고 그중에 관심 가는 몇 사람과는 더 자주 보고, 호감 가는 사람은 가능하면 단둘이 만나보려 노력해야 한다. 한 마디로 연애의 과정은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우리 연구실 인턴들 때문이다. 이제 3월이면 종합설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데, 다들 연구 주제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막막해하며 물어왔다. 교수님께 "어떤 주제 연구해도 되나요?", "이거 할 수 있나요?"라며 상담받으러 갈 시간이 됐는데 도통 감이 안 온다는 것이었다. 이때 내가 준 대답이 바로 "여자친구 사귀려면 사람부터 만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렇게 대답한 이유는 대부분의 인턴이나 신입생들이 연구라는 영역에 대해 비슷한 우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연구는 '관심 영역'이라는 넓은 토대 위에 '선별된 흥미'가 있고, 그 꼭대기에 비로소 '내가 몰입하는 대상'이 놓이는 피라미드식 구성이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의식하지 못한 채, 아래 단계인 관심과 흥미의 영역을 건너뛰고 단번에 자기에게 딱 맞는 주제 하나를 낚아채고 싶어 한다. 말하자면 길 가다 처음 본 사람에게 바로 결혼하자고 덤비는 꼴이다.
여기에 덧붙여 내가 해준 현실적인 조언은 이렇다. 지금까지 연구실 세미나에서 선배들이 발표한 주제 중 그나마 관심 가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일단 그 선배에게 말을 걸어보라는 것이다. (우리 랩처럼 풀타임 인원이 30명을 넘어가면, 인턴들이 두 달 가까이 있어도 말 한 번 안 섞어본 대학원생이 수두룩하다.) 일단 가볍게 연구에 대해 물어보고, 가능하면 연구 자료가 정리된 PPT나 추천 논문 리스트를 달라고 부탁해 보라고 했다.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교수님께 상담하러 갈 때도 처음부터 대단한 결론을 들고 가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일단 자신의 관심-흥미 피라미드 아랫면에는 무엇이 놓여 있는지만 명확히 말씀드려도 충분하다. 이를 시작점으로 삼는다면 연구 주제 잡기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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