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번아웃 이야기
학점은 1-1학기 (18-1)이 가장 안 좋지만, 가장 큰 위기를 겪은 학기는 2-2학기 (22-1) 입니다. 문학과 공학 사이의 갈림길에서 한참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무렵 남은 일생 동안 공학으로 필요한만큼만 돈을 벌면서, 매일매일 3시간씩 글을 쓸 생각을 했습니다. 전업 작가로 살면, 부모님이 용납하지 않고 재정 지원을 안 해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삶이 가능할지 시험해보고자 7전공 21학점을 도전합니다. 5전공은 전기전자 과목이었고, 2전공은 3/4000단위 문학 수업이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학점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재수강을 통해 한 과목만 지우면, 3.8이니 19학점을 이수한 것이니 선방했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극도의 우울과 불안에 시달렸고, 둘 중 어느 하나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한 것 같습니다. 상황을 감당하지 못해 기초회로이론을 11주차부터인가 수업을 안 나가기 시작했고 기말고사를 응시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F를 받은 이유입니다. 어떤 과목 시험일에는 극도의 신경쇠약으로 인해 집 밖을 나가기 싫었고, 가족에게 부탁해 시험장까지 저를 데려 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전 그 시험을 20~30점 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괜찮게 봤습니다. 심리적, 정신적으로 마비된 상태다 보니 판단력이 매우 흐려진 것입니다.
해당 학기 마치고 김태욱 교수님과 이에 대해 1시간 가까이 면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교수님은 지금까지 잘 왔다, 학점과 성공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꼭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 너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비대면 환경에서 혼자 집에 너무 오래 있으니 그렇다, 공부를 위해 갇혀 살지 말고 친구를 많이 사귀라는 조언을 전해주셨습니다.
참으로 힘겨운 학기였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삶의 자세가 생겼습니다. 첫 번째로, 남을 도우면서 살자는 것입니다.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겠구나 느꼈습니다. 그 전까지 마음의 병은 나약한 사람이 걸리는 것이며 매우 드문 일이라 여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힘든 사람이 눈에 많이 띄게 되었습니다. 가능한 다가가고 도움을 주려 합니다. 튜터링을 진행하고, 블로그를 통해 내가 겪었던 어려움과 실패를 공유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입니다.
두 번째로,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을 분별하지 않는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21학점이 다소 버거웠음에도 중간고사 이후 철회하지 않고 쭉 진행한 이유는, ‘나는 학사경고 때문에 더 이상 포기하면 안 된다, 나는 이 정도는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중지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는 때에 있다는 말입니다. 어떤 게 맞고, 어떤 게 틀리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그러나 힘든 시간을 겪으며 모든 것은 상황과 시간에 달려 있다고 느꼈고, 더 유연한 사고와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공학인으로서 최고 수준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야각을 가린 경주마보다는, 주변을 살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자기소개서 발췌) https://akdong55.tistory.com/notice/120
2. 힘내라는 말이 안 들리는 상태가 번 아웃이다.
위 글은 내가 교수님들께 보내는 자소서에 첨부하는 글로 다소 순화된 버전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22-1학기에 나는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주변의 자살한 사람들이 생각났고, 다른 이유로 죽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에타 상에서는 나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이 빗발쳤고, 소년 시절부터 가진 내 꿈은 박살났다고 생각했으며, 학점도 내 인생도 단단이 말아먹었다고 느껴졌다. (재수강 기회를 거의 다 소진한 상태에서 B,C 밭을 받으면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번아웃 상태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교수님들이 위로와 응원의 말을 해도 사실 잘 안 들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나아가고 있는데, 홀로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움직이고 싶은 욕구 자체가 죽어버린다.
1) 전자기학1
충분히 공부를 했음에도 너무 무력하게 느껴졌다.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계산하는 기계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졌다. 함께 사는 고모에게 시험을 안 보겠다고 했다. 고모는 시험을 못 봐도 되니까 응시만 하자고 했고, 고모는 학교 정문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의외로 선방해서 70점을 받았다.(마지막날 더 세련된 방식으로 준비했다면 80~90점은 받지 않았을까) 아주 좋은 성적이라 할 수 없지만 내 자신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것은 자명하다.
2) 공학수학3
비대면 시험을 방에서 보고 있는데, 하필이면 가족들이 바깥에서 큰 소리치며 싸우기 시작했다. 집중이 안 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이라면 그냥 바깥에 나 시험보고 있다고 말하면 될텐데, 번아웃 상태에 있던 나는 '어차피 의미 없어', '내가 무능하고 준비를 못해서 이렇게 무기력한거야' 하며 30분 동안 컴퓨터 스크린을 멀뚱멀둥 쳐다보며 시간을 소진했다. 가족탓도 하지 않고, 공학수학의 복잡한 계산문제 탓도 하지 않고, 스스로를 비난하며 시험 끝나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3. 단기적 극복: 남은 학기 대처 방안
1) 우선 욕심을 버리고,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일단 큰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2학년 떄 빠지기 쉬운 착각인데, 온라인 상에서는 모두가 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간에 허덕이고, 완성도 높여 프로젝트를 제출 못한다. 매시험 철저하게 준비하고 응시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즉, 여러분이 지금까지 받은 성적이 생각보다 극복불가능한 수준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면 미래에 참 도움이 될 것 같다. 첫째, 1~2과목 만큼은 무조건 사수한다. A가 아니어도 좋다. 가장 애정을 갖는 과목, 제일 덜 싫은 과목, 지금까지 가장 잘 본 과목 중 한두개를 골라 최대한 잘 보려고 해보자. 두번쨰, 1~2과목은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 하면서 B라도 받아보자. 이건 절대 어렵지 않다. 끝으로, 이미 너무 패말렸다면 한 두과목은 포기해도 된다. 가능한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B-, C라도 받기를 바라지만, 도저히 답이 없으면 F를 받아라. 다만, F 받았다는 사실에 좌절하지 않고, 몸통을 살리기 위해 꼬리를 자른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2) 인터넷 중독, 수면 박탈, 나쁜 식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주 간과되는 부분인데, 프로젝트가 많아서 스트레스 받고, 시간 관리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사실 정신건강을 박살내는 요소는 이런 것들이다. 에타, 인스타, 유튜브, 네이버, 카톡을 자주 들여다보는 행위를 금해야 한다. 꾸준히 같은 시간이 자고 일어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더불어 식사 시간도 가급적이면 지키려고 하고, 정제 탄수화물과 기름진 음식보다는 정갈한 음식을 찾아먹으려고 해야 한다.
여담이지만, 종종 에타에서 몇 페이지 단위로 욕을 먹으니까, 몇 친구들이 내가 (평판이나 나의 정신 건강이) 걱정된다고 카톡을 보낸다. 그런데 사실 나는 별로 개의치 않는게, 사실 보지 않는다! 글을 올리려고 매주(보통 금/토 무렵) 접속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에타 자체를 보지 않는다. 온라인 활동을 자주 하다보면, 남과 부정적인 방향으로 비교하고, 잘못된 정보를 얻고, 나쁜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3) 단기적으로 실패할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갖는다.
F를 다섯개나 두들겨 맞은 선배도 이렇게 깝치는데, 여러분은 앞으로 얼마나 더 잘하겠는가? 힘들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이고, 나중에 좋은 방법론과 대비만 있다면 여러분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마음가짐이 되어있다는 뜻이다. 실패해도 좋다.
4. 다음 학기를 위한 대비
이후 나는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이중, 삼중, 사중의 대비책을 활용하고 있다. 시간 관계상 이 내용은 방학이나, 다음 학기 초반에 소개하겠다.
5. Who cares? I care.
사실 나는 그 동안 에타에 본인의 어려움을 밝힌 학생, 스트레스에 사로잡힌 학생(후배)들에게 그간 쪽지를 보내 최대한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했다. 10명에게 보내면 2~3명만 답장이 오고, 나머지는 사실 응답 자체가 없다. 더불어 나에게 먼저 연락 온 친구들, 후배들도 있다.
내가 모든 사람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각각의 정신건강과 안녕을 증진시킬 수는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계속 이어갈 것이다. 내가 극한으로 열심히 사는 이유 하나는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생겼을 때, 내 일과 나의 바쁨 때문에 손길을 내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라도 나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거나, 본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연락 주면 좋겠다.
syh594@yonsei.ac.kr
지금까지 잘 왔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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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번아웃 이야기
학점은 1-1학기 (18-1)이 가장 안 좋지만, 가장 큰 위기를 겪은 학기는 2-2학기 (22-1) 입니다. 문학과 공학 사이의 갈림길에서 한참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무렵 남은 일생 동안 공학으로 필요한만큼만 돈을 벌면서, 매일매일 3시간씩 글을 쓸 생각을 했습니다. 전업 작가로 살면, 부모님이 용납하지 않고 재정 지원을 안 해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삶이 가능할지 시험해보고자 7전공 21학점을 도전합니다. 5전공은 전기전자 과목이었고, 2전공은 3/4000단위 문학 수업이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학점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재수강을 통해 한 과목만 지우면, 3.8이니 19학점을 이수한 것이니 선방했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극도의 우울과 불안에 시달렸고, 둘 중 어느 하나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한 것 같습니다. 상황을 감당하지 못해 기초회로이론을 11주차부터인가 수업을 안 나가기 시작했고 기말고사를 응시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F를 받은 이유입니다. 어떤 과목 시험일에는 극도의 신경쇠약으로 인해 집 밖을 나가기 싫었고, 가족에게 부탁해 시험장까지 저를 데려 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전 그 시험을 20~30점 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괜찮게 봤습니다. 심리적, 정신적으로 마비된 상태다 보니 판단력이 매우 흐려진 것입니다.
해당 학기 마치고 김태욱 교수님과 이에 대해 1시간 가까이 면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교수님은 지금까지 잘 왔다, 학점과 성공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꼭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 너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비대면 환경에서 혼자 집에 너무 오래 있으니 그렇다, 공부를 위해 갇혀 살지 말고 친구를 많이 사귀라는 조언을 전해주셨습니다.
참으로 힘겨운 학기였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삶의 자세가 생겼습니다. 첫 번째로, 남을 도우면서 살자는 것입니다.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겠구나 느꼈습니다. 그 전까지 마음의 병은 나약한 사람이 걸리는 것이며 매우 드문 일이라 여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힘든 사람이 눈에 많이 띄게 되었습니다. 가능한 다가가고 도움을 주려 합니다. 튜터링을 진행하고, 블로그를 통해 내가 겪었던 어려움과 실패를 공유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입니다.
두 번째로,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을 분별하지 않는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21학점이 다소 버거웠음에도 중간고사 이후 철회하지 않고 쭉 진행한 이유는, ‘나는 학사경고 때문에 더 이상 포기하면 안 된다, 나는 이 정도는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중지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는 때에 있다는 말입니다. 어떤 게 맞고, 어떤 게 틀리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그러나 힘든 시간을 겪으며 모든 것은 상황과 시간에 달려 있다고 느꼈고, 더 유연한 사고와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공학인으로서 최고 수준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야각을 가린 경주마보다는, 주변을 살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자기소개서 발췌) https://akdong55.tistory.com/notice/120
2. 힘내라는 말이 안 들리는 상태가 번 아웃이다.
위 글은 내가 교수님들께 보내는 자소서에 첨부하는 글로 다소 순화된 버전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22-1학기에 나는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주변의 자살한 사람들이 생각났고, 다른 이유로 죽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에타 상에서는 나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이 빗발쳤고, 소년 시절부터 가진 내 꿈은 박살났다고 생각했으며, 학점도 내 인생도 단단이 말아먹었다고 느껴졌다. (재수강 기회를 거의 다 소진한 상태에서 B,C 밭을 받으면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번아웃 상태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교수님들이 위로와 응원의 말을 해도 사실 잘 안 들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나아가고 있는데, 홀로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움직이고 싶은 욕구 자체가 죽어버린다.
1) 전자기학1
충분히 공부를 했음에도 너무 무력하게 느껴졌다.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계산하는 기계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졌다. 함께 사는 고모에게 시험을 안 보겠다고 했다. 고모는 시험을 못 봐도 되니까 응시만 하자고 했고, 고모는 학교 정문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의외로 선방해서 70점을 받았다.(마지막날 더 세련된 방식으로 준비했다면 80~90점은 받지 않았을까) 아주 좋은 성적이라 할 수 없지만 내 자신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것은 자명하다.
2) 공학수학3
비대면 시험을 방에서 보고 있는데, 하필이면 가족들이 바깥에서 큰 소리치며 싸우기 시작했다. 집중이 안 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이라면 그냥 바깥에 나 시험보고 있다고 말하면 될텐데, 번아웃 상태에 있던 나는 '어차피 의미 없어', '내가 무능하고 준비를 못해서 이렇게 무기력한거야' 하며 30분 동안 컴퓨터 스크린을 멀뚱멀둥 쳐다보며 시간을 소진했다. 가족탓도 하지 않고, 공학수학의 복잡한 계산문제 탓도 하지 않고, 스스로를 비난하며 시험 끝나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3. 단기적 극복: 남은 학기 대처 방안
1) 우선 욕심을 버리고,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일단 큰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2학년 떄 빠지기 쉬운 착각인데, 온라인 상에서는 모두가 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간에 허덕이고, 완성도 높여 프로젝트를 제출 못한다. 매시험 철저하게 준비하고 응시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즉, 여러분이 지금까지 받은 성적이 생각보다 극복불가능한 수준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면 미래에 참 도움이 될 것 같다. 첫째, 1~2과목 만큼은 무조건 사수한다. A가 아니어도 좋다. 가장 애정을 갖는 과목, 제일 덜 싫은 과목, 지금까지 가장 잘 본 과목 중 한두개를 골라 최대한 잘 보려고 해보자. 두번쨰, 1~2과목은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 하면서 B라도 받아보자. 이건 절대 어렵지 않다. 끝으로, 이미 너무 패말렸다면 한 두과목은 포기해도 된다. 가능한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B-, C라도 받기를 바라지만, 도저히 답이 없으면 F를 받아라. 다만, F 받았다는 사실에 좌절하지 않고, 몸통을 살리기 위해 꼬리를 자른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2) 인터넷 중독, 수면 박탈, 나쁜 식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주 간과되는 부분인데, 프로젝트가 많아서 스트레스 받고, 시간 관리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사실 정신건강을 박살내는 요소는 이런 것들이다. 에타, 인스타, 유튜브, 네이버, 카톡을 자주 들여다보는 행위를 금해야 한다. 꾸준히 같은 시간이 자고 일어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더불어 식사 시간도 가급적이면 지키려고 하고, 정제 탄수화물과 기름진 음식보다는 정갈한 음식을 찾아먹으려고 해야 한다.
여담이지만, 종종 에타에서 몇 페이지 단위로 욕을 먹으니까, 몇 친구들이 내가 (평판이나 나의 정신 건강이) 걱정된다고 카톡을 보낸다. 그런데 사실 나는 별로 개의치 않는게, 사실 보지 않는다! 글을 올리려고 매주(보통 금/토 무렵) 접속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에타 자체를 보지 않는다. 온라인 활동을 자주 하다보면, 남과 부정적인 방향으로 비교하고, 잘못된 정보를 얻고, 나쁜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3) 단기적으로 실패할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갖는다.
F를 다섯개나 두들겨 맞은 선배도 이렇게 깝치는데, 여러분은 앞으로 얼마나 더 잘하겠는가? 힘들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이고, 나중에 좋은 방법론과 대비만 있다면 여러분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마음가짐이 되어있다는 뜻이다. 실패해도 좋다.
4. 다음 학기를 위한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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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그 동안 에타에 본인의 어려움을 밝힌 학생, 스트레스에 사로잡힌 학생(후배)들에게 그간 쪽지를 보내 최대한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했다. 10명에게 보내면 2~3명만 답장이 오고, 나머지는 사실 응답 자체가 없다. 더불어 나에게 먼저 연락 온 친구들, 후배들도 있다.
내가 모든 사람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각각의 정신건강과 안녕을 증진시킬 수는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계속 이어갈 것이다. 내가 극한으로 열심히 사는 이유 하나는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생겼을 때, 내 일과 나의 바쁨 때문에 손길을 내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라도 나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거나, 본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연락 주면 좋겠다.
syh59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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