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형식으로 전공 교재에 대해 의견을 적어보겠다.
Q. 전공 교재를 얼마나 사는가?
대부분 산다. 잘 안 읽을 것 같아도 사는 편이다. 교재를 원래 지저분하게 쓰는 편이라 알라딘에서 중고로 산다. 권당 5-10만원 정도 교재를 1-4만원 수준에서 살 수 있다. 한 학기에 3-5권 사니 한 학기에 15만원 내외 쓰는 것 같다.
Q. 언제 사는가?
수강 신청 전에 절반, 학기 초반 절반 정도 산다. 학기 시작 무렵에는 중고책이 거의 나가기 때문에 빨리 산다. 수강계획표에 잘 안내되어있지 않은 책이나 재고가 없는 책, 과도하게 비싼 책은 학기 초반 수업 듣고 결정한다.
Q. 교재 읽기가 좋은 학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교재 읽기는 학점을 위해 효율적인 공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학점을 위해서는 (1) 예제/프셋/숙제/족보 수준의 문제 30-50개 모아서 반복해서 풀기, (2) 요약본 (1페이지 공식만 있는 깜지와 10-20 페이지 정도의 단권화 노트) 만들어서 반복해서 보기가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교재 읽기는 가성비가 매우 나쁘다. 어떤 경우 오히려 학점 자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 같다. 교재 읽기로 인해 너무 넓게 공부해서 중요한 부분은 놓치기도 하고, 문제 풀이를 소홀히 하기도 한다. 시험은 테크닉적인 숙달인데, 교재 읽기는 시간을 너무 요구하기 때문에 이것이 어렵다. 공부는 많이 했고 아는 건 많은데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하게 시험 보는 친구/후배들 보면 대부분 이런 경우다.
나는 시험 기간, 특히 직전 2-3일은 책은 거의 안 본다.
Q. 교재 어떻게 읽는게 좋은가?
첫째로 다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자. 새로운 분야라면 처음 책을 읽을 때 당연히 막히는게 많을 것이다. 언어적으로도 막히고, 내용적으로도 막힌다. 수십번 반복되는 내용이 있다면 바로 찾아야겠지만, 한 번 나오고 안 나오는 개념은 일단 넘어가자. 계속 막히며 재미와 흥미를 잃고 몇 번 하다 포기하는 것보다, 대충이라도 끝까지 보는 편이 낫다. 이후에 발췌독을 하면 된다.
두번째로 책과 각 장 앞 부분을 꼼꼼하게 읽으면 좋겠다. 책과 각 장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와 모티베이션이 서술되어 있다. 개별 지식, 이론, 공식보다 이를 둘러싼 맥락을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식 자체보다 지식의 위치와 위상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후 반복해서 책을 읽는다. 각 반복하다 특정한 목적성을 갖고 읽으면 좋다. 예를 들면, 예제 문제만 풀면서 교재를 본다거나, 특정 개념이 떨어진 세 챕터에서 언급된다면 이를 순차적으로 읽는는 식이다.
Q. 언제 읽는게 좋은가?
부담 갖지 말고 수업 듣기 전에 한 번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30분이라도 쭉 훑어보고, 특정 장만이라도 읽으면 좋겠다. 수업도 훨씬 잘 들릴테고, 무슨 말인지 알면 더 재밌고 기억도 오래 간다. 교수님이 강의안을 미리 올려주시는 분이라면, 강의안을 먼저 살펴보고 해당 단원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Q. 위키피디아나 다른 인터넷 문서로 충분히 공부할 수 있지 않은가? 심지어 챗 지피티도 잘 정리해준다. 꼭 책을 사야할까?
책의 가장 좋은 점은 맥락의 이해를 가능케한다는 점이다. 특정 개념이 낱개로 제시되어 있지 않고, 콘텐츠 테이블의 형태로 순차적으로 주어진다. 어떤 개념을 잘 모르면 앞과 뒤를 살펴보기 좋다. 반면 인터넷 문서는 지나치게 파편화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디지털장비는 광고나 산만한 이미지가 난무하여 집중력이 떨어지고 딴 길로 새기가 너무 쉽다.
Q. 실물 책과 온라인 PDF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서 언급한 순차성을 느끼려면 실물 책이 좋다. 실물 책으로 공부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화면 너무 오래 봐서 머리가 멍해지면 끄고 실물 책을 보려한다. 요즘에는 많이 못 본다. 일주일에 5-10 시간 읽는 것 같다. 2-3학년에는 10-20시간 읽었다.
온라인 PDF는 예제, 프셋 문제 캡쳐할 때 많이 쓴다. 앞서 문제 30-50개 정도 모아 회독한다고 했는데, 이를 위한 자료를 만들 때 온라인 PDF를 사용한다.
Q. 열심히 읽었던 교재는?
특히 열심히 읽었던 교재는 마이크로파공학(Pozar), 전자회로(Razavi), 신호및시스템(Oppenheim), 디지털신호처리(Proakis), 통신이론(Proakis)이다. 위의 책들은 아예 넘어간 챕터를 제외하면 한 차례 씩은 통독한 것 같다.
적당히 공부한 교재는 디지털논리회로(Roth)이다.
반대로 잘 안 읽은 교재는 물리전자/전기전자재료 교재인 Principles of Electronic Materials and Devices (S.O. Kasap), 반도체물성 Solid State Electronic Devices (Ben G. Streetman)이다.
Q. 교재 읽기가 어떤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가?
앞서 언급했듯 학점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무언가를 더해보고 싶다 확인해보는데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들이 책을 잘 써줘서 열심히 읽어 해당 영역에 관심이 생긴건지, 아니면 내가 관심 있어 그 책들을 열심히 읽게 된건지 칼같이 구분할 순 없지만, 열심히 읽었던 교재들의 교집합인 마이크로파공학/RF 공학 분야에 큰 관심이 생겼고, 앞으로 이 분야로 나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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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형식으로 전공 교재에 대해 의견을 적어보겠다.
Q. 전공 교재를 얼마나 사는가?
대부분 산다. 잘 안 읽을 것 같아도 사는 편이다. 교재를 원래 지저분하게 쓰는 편이라 알라딘에서 중고로 산다. 권당 5-10만원 정도 교재를 1-4만원 수준에서 살 수 있다. 한 학기에 3-5권 사니 한 학기에 15만원 내외 쓰는 것 같다.
Q. 언제 사는가?
수강 신청 전에 절반, 학기 초반 절반 정도 산다. 학기 시작 무렵에는 중고책이 거의 나가기 때문에 빨리 산다. 수강계획표에 잘 안내되어있지 않은 책이나 재고가 없는 책, 과도하게 비싼 책은 학기 초반 수업 듣고 결정한다.
Q. 교재 읽기가 좋은 학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교재 읽기는 학점을 위해 효율적인 공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학점을 위해서는 (1) 예제/프셋/숙제/족보 수준의 문제 30-50개 모아서 반복해서 풀기, (2) 요약본 (1페이지 공식만 있는 깜지와 10-20 페이지 정도의 단권화 노트) 만들어서 반복해서 보기가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교재 읽기는 가성비가 매우 나쁘다. 어떤 경우 오히려 학점 자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 같다. 교재 읽기로 인해 너무 넓게 공부해서 중요한 부분은 놓치기도 하고, 문제 풀이를 소홀히 하기도 한다. 시험은 테크닉적인 숙달인데, 교재 읽기는 시간을 너무 요구하기 때문에 이것이 어렵다. 공부는 많이 했고 아는 건 많은데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하게 시험 보는 친구/후배들 보면 대부분 이런 경우다.
나는 시험 기간, 특히 직전 2-3일은 책은 거의 안 본다.
Q. 교재 어떻게 읽는게 좋은가?
첫째로 다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자. 새로운 분야라면 처음 책을 읽을 때 당연히 막히는게 많을 것이다. 언어적으로도 막히고, 내용적으로도 막힌다. 수십번 반복되는 내용이 있다면 바로 찾아야겠지만, 한 번 나오고 안 나오는 개념은 일단 넘어가자. 계속 막히며 재미와 흥미를 잃고 몇 번 하다 포기하는 것보다, 대충이라도 끝까지 보는 편이 낫다. 이후에 발췌독을 하면 된다.
두번째로 책과 각 장 앞 부분을 꼼꼼하게 읽으면 좋겠다. 책과 각 장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와 모티베이션이 서술되어 있다. 개별 지식, 이론, 공식보다 이를 둘러싼 맥락을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식 자체보다 지식의 위치와 위상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후 반복해서 책을 읽는다. 각 반복하다 특정한 목적성을 갖고 읽으면 좋다. 예를 들면, 예제 문제만 풀면서 교재를 본다거나, 특정 개념이 떨어진 세 챕터에서 언급된다면 이를 순차적으로 읽는는 식이다.
Q. 언제 읽는게 좋은가?
부담 갖지 말고 수업 듣기 전에 한 번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30분이라도 쭉 훑어보고, 특정 장만이라도 읽으면 좋겠다. 수업도 훨씬 잘 들릴테고, 무슨 말인지 알면 더 재밌고 기억도 오래 간다. 교수님이 강의안을 미리 올려주시는 분이라면, 강의안을 먼저 살펴보고 해당 단원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Q. 위키피디아나 다른 인터넷 문서로 충분히 공부할 수 있지 않은가? 심지어 챗 지피티도 잘 정리해준다. 꼭 책을 사야할까?
책의 가장 좋은 점은 맥락의 이해를 가능케한다는 점이다. 특정 개념이 낱개로 제시되어 있지 않고, 콘텐츠 테이블의 형태로 순차적으로 주어진다. 어떤 개념을 잘 모르면 앞과 뒤를 살펴보기 좋다. 반면 인터넷 문서는 지나치게 파편화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디지털장비는 광고나 산만한 이미지가 난무하여 집중력이 떨어지고 딴 길로 새기가 너무 쉽다.
Q. 실물 책과 온라인 PDF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서 언급한 순차성을 느끼려면 실물 책이 좋다. 실물 책으로 공부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화면 너무 오래 봐서 머리가 멍해지면 끄고 실물 책을 보려한다. 요즘에는 많이 못 본다. 일주일에 5-10 시간 읽는 것 같다. 2-3학년에는 10-20시간 읽었다.
온라인 PDF는 예제, 프셋 문제 캡쳐할 때 많이 쓴다. 앞서 문제 30-50개 정도 모아 회독한다고 했는데, 이를 위한 자료를 만들 때 온라인 PDF를 사용한다.
Q. 열심히 읽었던 교재는?
특히 열심히 읽었던 교재는 마이크로파공학(Pozar), 전자회로(Razavi), 신호및시스템(Oppenheim), 디지털신호처리(Proakis), 통신이론(Proakis)이다. 위의 책들은 아예 넘어간 챕터를 제외하면 한 차례 씩은 통독한 것 같다.
적당히 공부한 교재는 디지털논리회로(Roth)이다.
반대로 잘 안 읽은 교재는 물리전자/전기전자재료 교재인 Principles of Electronic Materials and Devices (S.O. Kasap), 반도체물성 Solid State Electronic Devices (Ben G. Streetman)이다.
Q. 교재 읽기가 어떤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가?
앞서 언급했듯 학점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무언가를 더해보고 싶다 확인해보는데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들이 책을 잘 써줘서 열심히 읽어 해당 영역에 관심이 생긴건지, 아니면 내가 관심 있어 그 책들을 열심히 읽게 된건지 칼같이 구분할 순 없지만, 열심히 읽었던 교재들의 교집합인 마이크로파공학/RF 공학 분야에 큰 관심이 생겼고, 앞으로 이 분야로 나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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