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익명이나 기명으로, 혹은 학교 수업 선택이나 대학원 진학 등 다양한 형태의 질문과 상담 요청을 꽤 많이 받는다. 유형과 깊이는 저마다 각양각색이지만, 답을 하기 좋은 질문이 있는 반면 답 자체가 참 어려운 질문들이 있다. 나는 그 결정적인 차이가 이 질문이 '50:50'의 문제인가, 아니면 '51:49'의 문제인가에서 판가름 난다고 생각한다.
먼저 50:50 질문은 이런 식이다. 대학원을 갈지 취업을 할지, 혹은 A 연구실로 갈지 B 연구실로 갈지를 묻는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선택의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일단 답을 하기 어려우니 내 의견이 궁금하다면 추가적인 정보를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보통은 관련된 블로그 링크를 첨부하고 일반적인 이야기를 조금 덧붙여준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50:50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추가 정보를 거의 주지 않고 추가 질문도 없다. 심지어 적잖은 비율이 '감사합니다' 같은 의례적인 재답장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이메일을 처음 받았을 때는 앞으로 이런 유형에는 아예 답장을 하지 말까 고민도 했지만, 질문자 입장에서는 나름 고심해서 보냈을 거라는 생각에 아직은 답장을 이어가고 있다.
51:49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60:40이나 80:20의 고민도 짧게 언급하고 싶다. 이런 고민은 보통 한쪽 옵션으로 마음이 확실히 기울어 있는데, 주로 외적인 이유로 걸리는 점이 딱 하나 있는 경우다. 이때 나에게 연락하는 목적은 대개 정보를 묻기 위해서다. 어떤 성적이면 자대 대학원에 붙을 수 있는지, 혹은 전과나 복수전공이 현실적으로 해볼 만한지 같은 것들이다. 나는 학교 내외의 정보를 상당히 많이 파악하고 있는 편이라 이런 정보성 질문에는 꽤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51:49 문제를 이야기해보자면, 이 영역에는 무척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51:49 문제는 사람마다 가진 고민이 다 다르고 나에게 보내오는 정보도 상당히 개인적이다. 두 연구실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나 본인의 경제적 상황 아래에서의 판단 문제 등이 담겨 있다. 겉으로 보기엔 50:50과 같아 보일지 몰라도 그 고민의 깊이는 차원이 다르다.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거의 항상 하는 공통된 조언이 있다. 51:49 문제를 계속 그 상태로 내버려 두지 말라는 것이다. 일단 51을 고르고, 그 선택지를 60이나 70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정말 아닌 것으로 판정되면 그때 49였던 선택지로 바꾸면 된다.
가장 큰 예시 중 하나가 특정 분야의 선택이다. 연구실 인턴을 해볼지, 아니면 한 학기 더 수업을 들으며 결정할지 고민하는 경우다. 나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인턴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수업만으로 본인의 관심사가 확정될 것이었다면 이미 6학기를 이수한 시점에서 해결되었을 문제지, 한 학기 더 듣는다고 바뀔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수업은 교수에 대한 호감과 분야에 대한 관심을 분리하기 어렵고, 세 번째로 수업과 실제 연구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일단 인턴을 하면 직접 경험하며 본인의 지향점을 판단하고 자신과 연구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미루면 마지막 학기에 가서야 연구를 접하게 되고, 결국 한두 달 해본 뒤에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을 결정해야 한다. 본인과 분야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결정을 미룬 것 그 자체 때문에 다음 커리어 선택지가 반년, 길게는 1년까지 늦춰진다. 이는 개인의 내재적 역량과는 별개의 문제다.
정리하자면 51:49 문제를 계속 그 상태나 50:50으로 방치하면 쓰지 않아도 될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추가로 인지해야 할 사실은 학부 3, 4학년 때 할 수 있는 많은 선택은 가역적이며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선택을 늦추면 비가역적인 옵션이 늘어난다. 연구 분야도 교수님도 잘 모르는 채로 연구실에 진학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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