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학생이 이메일로 연락을 해 왔다. 노력한 것 대비 성적이 안 나왔는데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전략적인 부분도 함께 답해 주었지만, 오늘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 멘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다.
내가 직접 경험하며 도움이 됐다고 느낀 네 가지 마인드셋을 소개한다.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마인드셋 1: 신체 건강이 멘탈의 토대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무너진다. 공부나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결국 몸과 마음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력했는데 성적이 안 나왔다는 학생들에게 나는 항상 먼저 묻는다. "잠을 줄였나요?" 십중팔구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공대는 시험이 짧은 기간에 몰리는 구조라, 수면이 부족하면 어딘가에서 반드시 실수가 터지기 쉽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 것도 제때 꺼내기가 어렵다.
수면과 직결된 것이 스마트폰이다. 자기 전후로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습관이 뇌 회복에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준다. 운동과 식습관도 마찬가지다. 내가 예전에 썼던 '학점왕 [1]' 시리즈에서 항상 첫 항목으로 건강을 꼽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야구 선수가 경기 직전 훈련량을 채우겠다고 잠을 2~3시간씩 줄였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떨까. 대견하다기보다는 의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그런데 공부하는 사람들은 왜 유독 밤샘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모르겠다. 밤샘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평소에 꾸준히 준비해 두어 시험 전날에는 맑은 정신으로 가볍게 훑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공유하자면, 나는 학부 시절 밤샘을 거의 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시험 직전에도 가능하면 7~8시간 수면을 지키려 했고, 노력을 시험 직전에 몰아넣기보다 평소에 '고르게' 분산하는 방식이 나에게는 더 잘 맞았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수면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느낀다.
마인드셋 2: 결과는 결국 기본기에 수렴한다
결과가 흔들릴 때 나를 붙잡아 준 첫 번째 생각은, 결과는 결국 '기본기'에 수렴한다는 믿음이었다. 시험 한 번의 결과가 나라는 사람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기복은 있더라도, 꾸준히 쌓아온 실력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믿음이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이 믿음이 있으면 한 번의 시험 결과에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 그리고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그다음 날부터는 되도록 바로 루틴대로 공부를 이어가려 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 날에도 도서관에 나간 적이 있는데, 돌이켜보면 이런 '공부하는 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조금씩 쌓여 나중에 꽤 큰 차이를 만들어 줬던 것 같다.
마인드셋 3: 시험을 못 봐도, 나를 증명할 수 있다
나를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은 생각보다 많다. 반도체 물성 성적이 아쉽더라도, 물리전자나 전기전자재료에서 충분히 잘해내면 된다. 어느 한 시험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 줬다. 3학년 때부터 이 생각을 조금씩 구체화했다. 시험을 못 보더라도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다양한 전공을 유기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하나의 강점으로 삼아보자고 생각했다. 학부 시절 방문학생 기간을 포함해 170학점 넘게 수강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결국 이 마인드셋의 핵심은 '나를 증명할 기회는 한 번이 아니다'라는 데 있다. 시험 결과 하나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을 때, 오히려 심리적으로 더 안정된 상태에서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 불안이 줄어드니 집중력도 높아지고, 그것이 또 다음 결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던 것 같다.
마인드셋 4: 손해를 덜 보려 하지 말고, 이득을 최대화하라
방어적인 태도, 즉 손해를 줄이려는 마음가짐은 자칫 멘탈을 더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배움의 이득을 최대화하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낮은 성적을 피하자'가 아니라, '지식을 더 많이 쌓자'는 쪽으로 마음을 두는 것이다. 실제로 마지막 학기에 '확률 및 랜덤변수(송홍엽 교수님)' 중간고사를 평소보다 훨씬 못 봤다. 상위 60% 정도였고, 졸업 요건은 이미 충족한 상태라 철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학점보다 나중에 내게 남을 지식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끝까지 완주하기로 했다. 지식이 누적되며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연결이 더 오래 남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A0로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사실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멘탈 관리는 거창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잠을 충분히 자고, 기본기를 믿고, 한 번의 시험에 나를 가두지 않으며, 배움 자체에 집중하는 것. 적어도 나에게는 이 네 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준 생각들이었다.
[1] [학점왕 1] 3.8 을 위한 기본, https://akdong55.tistory.com/246
[2] <a href="https://www.flaticon.com/kr/free-icons/-" title="정신 건강 아이콘">정신 건강 아이콘 제작자: Freepik - Flatic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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