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업 시간 중 질문을 많이 한다. 또한 교수님이 수업 중 질문하면 답하려고 노력한다. 같은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라면 알 것이다.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는 어떤 철학 위에서 진행한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나는 여전히 뒤통수가 따갑고, 어리석은 질문을 한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1. 교수를 기쁘게 하자.
학점을 높이는 두 방법 중 하나는 특정 학점 커트라인까지 자기 점수를 올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점 커트라인을 자기 점수까지 낮추는 것이다. 절대평가에서는 후자가 가능하다.
'이번 학기는 학생들이 무척 열심히 공부하는구나', '지적 열의가 넘치는구나', 이러한 느낌을 교수님이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업 전후, 특히 중간에 열심히 질문해야 한다. '질문 없어요?', '이해 했어요?' 할 때마다 학생들이 열심히 답해야 교수님도 가르치는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학생들이 많이 배워가고 재밌는 수업을 바라는 것처럼, 교수님들도 많이 가르쳐줄 수 있고 흥미로운 수업을 바란다.
2. 마중물
하나 고백하자면, 내 질문 중 1/3 이상은 내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이거나 수업 시간 중 할 필요 없는 질문이다. 그럼에도 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항상 준비된 상태로 머무르기 위함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려면 예열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꽤 많은 학생들이 수업 중간 질문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데, 어리석은 질문을 미리 해놓아서 심적인 방벽을 떨어뜨리기 위함이다. 이는 '1. 교수를 기쁘게 하자'와 이어진다. 세 번째로 그냥 재밌는 내용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학생들도 알면 좋겠다 싶어서 물어본다.
3. 예습왕, 계속 공부하는 원동력
일단 매 수업 1~3번 이상 질문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매번 질문 내용과 수준이 비슷하면 교수도 지루할 것이고, 동료 학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남들은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보고 흉내내거나, 유사/선수/후속 단원이나 과목을 미리 공부해 지금 단원을 공부하는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거나, 산업이나 연구에서 실제 쓰이는 것인지 찾아보거나, 어떤 식으로든 노력을 해야 한다.
4. 하기만 하면 1등
어렸을 때 학교 선생님이 어떤 동영상을 보여주셨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었으나 아무도 하지 않고, 중국 기자가 본인 시켜달라고 끈질기게 부탁하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을 보여주시면서 질문하지 않는 한국 교육 문화를 비판하셨는데, 나는 그때 큰 깨달음을 얻었다. 좋은 질문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하기만 해도 1등이구나!
5. 4할 타자는 괴물
나는 완벽한 질문을 한 번 하려고 하기 보다는, 부족한 질문 10번을 하려고 한다. 완벽한 질문이라 한다면, 교수도 놀랄만한 질문, 동료 학생들이 보기에는 저 학생은 이해가 굉장히 깊다 싶네 느낄만한 질문이다. 그런 질문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공부 방식에 있어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대신 나는 타석에 자주 들어서려고 한다. 한 번 시도해서 한 번 성공하는 것보다, 10번해서 2~3번 성공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한 번 해서 한 번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 일정 범위 이상 성공률을 보이면 괴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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