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1. 기초회로이론을 못 보았다고 회로와 반도체 분야를 내던지지는 마세요.
기회이 중간고사 B나 C 성적 받았으면 기말 잘 봐서 A 마이너스, B 받으면 됩니다. 혹시 그점이 여의치 않으면, 기초아날로그실험이나 전자회로, 3000, 4000, 대학원 수업 청강이라도 하며 자신에게 역량과 지식이 있음을 증명하면 됩니다.
디논 못 보면, 기초디지털실험이나 신호와시스템 선형대수학 등을 열심히 하면 됩니다.
2. 시험에 약하면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입증하면 됩니다.
연구 경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작문 등으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면 됩니다. 만약 기업이나 대학원 면접에서 왜 성적이 낮은지 물어보면, 제가 공부는 꽤 하는데 시험 공부는 싫어합니다. 궁색한 답변을 내놓는 것보다, 자신이 지닌 다른 역량을 드러내는 편이 낫습니다.
3. 쉬운 시험을 찾아다니지 마세요.
시험에 겁먹기 시작하면 많이 배우는 강의 보다는, 성적을 잘 주는 강의를 찾아다니게 됩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나 문과대학에서 두드러지는 듯합니다.] 다음 학기에 친구들끼리 성적 몇 점인지 물어볼 때 “와!” 반응을 유도하는데는 효과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손해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학점을 토대로 로스쿨이나, 특정 분야를 갈 생각이라면 다를 것입니다.]
삼성전자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밝혔습니다. 어떠한 사원이 회사 생활을 지속하면서 고성과를 내는가를 조사했습니다. 가장 유의미한 지표는 학벌도 아니고, 학점도 아니었습니다. 전공 과목 수였습니다. 제가 알기로 공대가 의무 과목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약 15학점[5과목] 내외입니다. 학점을 높일 의도라면 5과목을 쉬운 교양으로 들어야겠지만, 우직하고 무식한 어떤 학생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과목을 듣습니다.
4. 포기해야 할 때는 어느 지점에서 매듭 지을지 분명히 하세요.
그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왔지만, 분명 포기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순간도 옵니다. 여러분이 시험 못 봐서 군대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면 등록금 480만원은 아깝지만 깔끔하게 포기하고 재빠르게 이번 학기 휴학을 내세요. 이번 학기만 하고 휴학을 결심했다. 3과목을 포기해도 좋으니 입장을 분명하게 취하세요. 우등졸업 자격을 못 얻거나, 초과학점을 못 듣거나, 다음 학기 장학금 신청을 못하는, 일부 프로그램 지원에 제한되는 등 패널티가 있습니다만, C, D, F 3개를 받는 것보다는 이 패널티를 껴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몇 과목을 포기하되, 남은 과목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이면 됩니다.
나중에 학점 잘 받아서 성적 장학금 당당하게 받으면 되는 것이고, 학년이 올라 전공 이해도도 높아지고 심적 여유가 생기면 다시 수강하면 됩니다. 여러분이 깊은 절망과 좌절에 빠진 상태라면, 제가 하는 어떤 말도 잘 안 들릴 것입니다. 잔소리나 무의미한 외침으로만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 주 동안만이라도 그 기운을 떨쳐버리고, 남은 시험을 40점 받을 것 같다면 60점 받을 성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해보세요. 60점이면 꽤 많은 과목에서 A- 기준이 됩니다. 이는 기말고사에서 만회하면 A+로도 올릴 수 있는 성적입니다. 공부를 충분히 해왔다면, 몇 가지 준비만으로도 유의미한 성적 차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다음 주 수강철회 기간에 책상에 가만히 백지를 가져다 놓고 써보세요. 내가 왜 이 시험을 못 보았는지, 내가 정말 공부를 안 한거지, 내가 재능이 없는 건지, 수강철회를 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왜 수강철회를 하려는지. “그리고 해야만 한다.” 결정을 내리면, 주위 눈치나 패널티는 신경쓰지 말고 행하세요.
오늘 밤은 근심을 떨치고 즐겁게 보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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