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공학관악동 글 특징
이 세상의 조언·충고·권고·제안·쓴소리·당부·지적·훈수는 결국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본인이 해보니 좋아서 권하는 것과, 안 해봐서 아쉬워서 권하는 것. 내 블로그 글 중 상당수는 조언의 형태이고, 각각의 글에서 최대한 그 조언이 나온 맥락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블로그 전체의 맥락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1. 학업에 대한 조언, 그 맥락
학업에 대한 조언은 블로그 초창기(2022~2023년)에는 안 해봐서 아쉬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많았고, 요즘에는 해보니 좋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많은 듯하다.
나는 첫 학기에는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학업에 무심했다(F를 많이 받았다). 2~3번째 학기는 열심히 하긴 했지만 최선을 다하지는 않던 시기였고(시험 공부를 각 시험별로 한 3주 정도 한 것 같은데, 대략 4.1 정도를 받았다), 4번째 학기는 복학 후 비대면 수업까지 겹쳐 열심히 하려 했지만 잘 적응하지 못한 시기였다(3.8 정도를 받았는데, 이게 좋은 성적이라 해도 사실 한 과목은 중도 포기해서 기말고사를 안 봐 F를 받은 거라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이후 재수강해서 3.8이 된 것이고, 당시 실제 성적은 3.4 정도였던 것 같다). 그 이후 4학기는 학업에 전념해서 계속 4.2 이상을 받았다. [1], [2]
학업에 대한 내 조언 중 가장 확실하고 일관된 건 단연 "매우 열심히 해라, 인생에서 우선순위를 높여라"다.
꼰대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내가 직접 매우 열심히 한 것을 기점으로 변화를 체감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걸 권하는 것도 솔직히 있다. 전체 학점이 1점대에서 3점 초반, 3점 초반에서 3점 후반, 그리고 4점 초반으로 점점 올라가는 게 재밌기도 했고, 2~3학년 때 학업 관련 교육 프로그램(외부 기관 인턴 포함)에 지원하면 거의 떨어졌는데, 다들 어렵다고 하는 것(인기랩 인턴, 미국 대학 연구실 인턴 등)을 해낼 수 있었던 데도 이런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또한, 등록비를 전액 지원하는 학석연계를 하고 싶었는데, 학점은 합격권이었지만 1학년 때 학사경고를 받은 이력 한 줄 때문에 지원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게 됐다면 우리 연구실에서 월 백만 원 정도 더 받았을 텐데,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또한 작지만 아쉬웠던 일이 꽤 있다. 듣고 싶은 수업이 있는데 재수강 때문에 시간이 안 나서 못 듣는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다른 사람은 이런 아쉬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나 자신의 목표가 뛰어난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고, 뛰어난 엔지니어의 역량 중 하나가 다른 우수한 엔지 니어를 주변에 많이 두거나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학부생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 바로 "열심히 하라"고 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수단이 블로그라서 내 이야기를 많이 공유한 것도 있다. (이와 함께 해온 것이 에브리타임/블로그를 통한 대면·비대면 멘토링, 교수학습혁신센터에서의 튜터링[3], 그리고 온라인 프리미엄 강의 — 기초 아날로그/디지털 실험[4]이다.)
내 조언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완벽하게 적용하기는 어렵고, 사실 적용하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방학에도 엔지니어링 관련 일을 찾아서 하고,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 공학에 시간을 쏟으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 적당한 수준에서 안주하는 모습을 보면,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2. 공학관악동 조언의 특징
내 블로그 글의 특징을 꼽으면 다음과 같다.
(1) 세계적인 수준의 뛰어난 엔지니어링을 목표로 한다
(2) 매우 구체적이고 직설적이며, 현재성이 높고, 길다
(1) 가장 특이한 특징일 텐데, 나는 내가 높은 레벨의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세대 학생들(꼭 연세대가 아니더라도 한국 교육 시스템 안에서 상위권인 학생들) 중 상당수가 비슷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데도 너무 낮게 목표를 잡는다고 생각한다. 2)와 (3)은 다른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도 비슷하게 찾아볼 수 있겠지만, (1)은 이 블로그만의 매우 특수한 성격이다. 실제로 내 블로그의 부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가 됩시다! 연세대 전기전자 화이팅!"이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긴 하지만, 꼭 연세대생만을 위해 쓰는 블로그는 아니다.)
극단적인 비유지만, 금광이 바로 발 아래 있는데 욕심이 안 날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마인드다. 그 금광이 바로 연세대를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 귀금속을 그대로 땅속에 묻어둘지, 아니면 가공해서 액세서리나 전자기기로 만들지는 시스템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우리나라의 문화나 교육 시스템이 이를 잘 해낼 수 있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뛰어난 재원들이 그냥 적당히 중간이나 평균에 머물려 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경제적 보상 시스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능력적으로 자신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을 장려하고 알리는 문화 자체가 한국에서 잘 발달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사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블로그 초창기 에브리타임에서 상당한 조롱을 받았는데,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가장 의아했던 조롱 중 하나는 아직도 기억나는데, "MIT, 스탠퍼드, 서울대생도 아니면서 그런다"는 거였다. 나로서는 꽤 이상한 느낌이었다. 학교의 급이 문제가 아니라, 그 학교 때문에 미래에 나나 누군가가 뛰어난 역량의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좀 더 합리적인 비판은 "아직 본인도 세계적인 레벨이 아닌데, 세계적인 레벨이 되라고 말할 수 있는가"였다. 이 부분은 많이 고민했는데, 세계 최고 레벨이라는 게 신분(세계적인 명문대에서 연구를 이끄는 것, 세계적인 기술 기업의 경영진이 되거나 연구를 이끄는 것, 혹은 창업을 해 그 수준으로 키우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태도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서 지금처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높은 목표를 갖고 계속 정진하면 그 정도이거나 그보다 약간 못 미치는 수준에는 도달한다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작은 목표를 세우고 행동도 작게 하면 그 위의 레벨로 가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본다.
다행인 건, 세계 최고 레벨을 지향하기 시작한 지(블로그를 시작한 시점도 그 무렵이다) 4년 정도 되어 가는데, 그 욕구가 커지면 커졌지 꺾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2) 또 다른 특징은 구체적이고 직설적이며, 현재성이 높고, 길다는 점이다.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쓰는 이유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열심히 하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잘 안 되는 일이다. 대부분은 그 방법론 자체를 잘 모른다. 그래서 생각하는 기준 자체를 바꾸려고 노력한 부분이 많다. 이를 잘 보여주는 글이 대학원 입시 및 진로설계 카테고리의 글들인데 (대표: [5]-[10], A부터 Z까지 내 생각의 흐름을 담고 직접 취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처음에는 잘 모르니 주저하게 되고, 주저하다 보면 늦어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성도 높다. 종합설계 인원 분포[10] 같은 자료는 매 학기 업데이트하고 있고, 학부 공부 관련 자료들은 해당 학기 진행 중에 시험 1~2주 전쯤 넉넉하게 올리려 했다. 대학원 관련 내용은 특정 시기마다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구체성과도 관련된 부분인데, 왜 자기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 중 두루뭉술하게 소개하는 경우가 많을까 늘 의문이었다. 몇 사람과 깊이 이야기해보니, 민감한 내용이라 다대일 상황에서는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물론 있었지만, 보통은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이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니 기억의 일부를 잊는 경우가 많고, 결정적으로 어느 정도 지식의 저주에 빠져서 당시 자신이 궁금했던 포인트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직접 물어보지 않으면, 특정 정보나 스토리가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 자체를 잘 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현재의 이야기를 적으려 한다.
길게 쓰는 이유는 단순히 나와 독자 모두의 재미를 위해서다. 간혹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지만, 너무 딱딱한 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여담을 많이 넣는다. 블로그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자유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1] 학사경고자가 알려주는 재수강 타이밍 https://akdong55.tistory.com/190
[2] 학사경고자가 들려주는 태도 이야기 https://akdong55.tistory.com/116
[3] [튜터링] 공지 요약, Q&A https://akdong55.tistory.com/206
[4] [기아실, 기디실] 연세 프리미엄 인강 https://akdong55.tistory.com/242
[5] [인턴/종합설계 1] 분야/랩실 선택 https://akdong55.tistory.com/221
[6] 혼자 쓰는 종합설계/인턴 Q&A https://akdong55.tistory.com/240
[7] 연구실 입학 1년 후기 https://akdong55.tistory.com/272
[8] [가지 않은 길 1] 국내 타대 석사 -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https://akdong55.tistory.com/268
[9] [가지 않은 길 3] 미국 다이렉트 박사 https://akdong55.tistory.com/270
[10] 종합설계 학생 분포 https://akdong55.tistory.com/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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